Archive, 교육

아이들의 히어로

아이가 되길 원하는 사람으로 사십시요.

제 부모님의 행동 중 가장 이해가 안갔던 것 중 하나는 제가 아직 세 살박이였을 때, 어머니께서 음악 선생님을 붙여주셨던 것입니다. 아버지의 꿈도 가족들이 함께 가족음악회를 하는 것이었다지만, 사실 부모님 어느 한 분도 음악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면서도 어머니는 어린 제게 매일 연습을 하길 원하셨었습니다. 그 지겨운 연습을 왜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던 저는 자연스레 거짓말을 해서 넘어가는 방법을 터득했고, 결국 제게 두 손을 든 어머니께서 저로 하여금 음악 수업을 그만두게 허락하시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부모님께서 그토록 제가 음악을 하길 원하셨다면, 부모님의 꿈을 포기하는 방법 외에도 간단하게 절 굴복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님들이 직접 연주하는 것을 배우셔서 늘 그걸 즐기는 모습을 보이셨더라면 저의 반응은 180도 달랐을 겁니다.

아이를 교육기관에 보내는 것으로 부모의 의무를 다했다고 한다면 착각입니다. 그래서 나가는 돈은 자신이 다하지 못한 의무에 대해 부모님들이 심리적으로 위로를 받기 위한 것일 뿐이지, 아이들을 위해서 쓰는 돈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부모님이 모든 것을 가르치라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떤 것에 대한 사랑을 가르치는 것은 부모님이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겁니다. 물론, 부모님들이 어떤 것을 사랑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같은 크기로 그것을 아끼고 사랑하라는 법도 없습니다. 다만, 그 방법이 다른 어떤 것보다 확률이 높은 방법이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대학을 가서 친구들과 그 부모님들을 보면서 깨달은 것은 아이란 그 부모의 닮음꼴이라는 것입니다. 배우자를 사랑하고 아끼는 부모님 아래서 자란 아이들은 남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모습으로 자라고,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부모님 아래서 자란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폭력적인 모습으로 자란다는 것은 다들 아실겁니다. 그러나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부모님 아래서 자란 아이들은 음악을 당연하게 여기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공부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깁니다.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사회 속의 부모의 위치가 어떻든간에 어린 자녀에겐 동경할 위대한 인물로 여겨진다는 걸 알게 됩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부모님의 아이들은 게임을 잘하려고 하게 되고, 드라마를 좋아하는 부모님의 아이들은 드라마를 보는 것이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 순위가 됩니다. 제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아도, 아버지께서 읽으시던 책을 이해해볼려고 노력했던 기억들이 있습니다.

멋진 소방관이 등장하는 영화를 보고 그날 밤 꿈에서 소방관이 되어 본 경험, 대단한 파일럿이 영웅으로 등장하는 영화를 보고 그날 밤 꿈에서 파일럿이 된 경험, … 한 번 쯤은 있을 겁니다. 아이들 앞에서 그 아이들이 되었으면 하는 모습으로 사는 것은 아이들에게 그 히어로가 등장하는 영화를 몇 날 며칠이고 계속 반복해서 틀어주는 것과 같습니다. 아이들은 그 히어로가 되는 것을 밤에 꿈꾸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조금씩 그 히어로를 닮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이건 부모뿐만 아닌 아이들에게 영향을 끼치려는 모든 성인들에게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교육은 하는 것이 아닌 사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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