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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의 미 – 생각하는 공간

수학강사들의 모임에 글이 올라왔습니다. “학생들이 직접 해보지 않고 남의 풀이를 구경만 해서 수학 실력을 늘릴 수 없다”는 요지의 글(1)이었고 그 글 중 일반인들의 사고에 대해 착각하는 흔한 예로 나온 것이 “독서와 사고력의 관계”였습니다. 즉, 독서와 사고력 자체는 원인과 결과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읭? 무슨 상식을 벗어나는 소리냐?라고 하고 싶죠? 하지만, 잠깐 멈춰서 다른 말로 풀어 봅시다. 휘트니스 센터에 간다고 해서 초콜릿 복근이 생기고 몸매가 갑자기 샬랄라해지는 것은 아니지요? 휘트니스 센터에 가서 적절한 운동량에 적절한 운동법을 적절한 기간동안 지속해야 복근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에 대한 답글로 독서에 대한 글이 올라왔는데 “어려운 책을 매우 공들여 읽으면 비로소 사고력 향상에 큰 도움을 얻는다”는 것(2)입니다.

강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학생의 현실은 학생이 생각할 시간이 없도록 학원과 레슨으로 뺑뺑이를 돌리는 것이죠. 위에서 지적한 착각에 근거한 교육관으로 보여집니다만, 아직 잘 먹히고 있는 듯 합니다.

조금은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저는 미드의 한 시즌을 이삼일만에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24”라는 미드가 두번째 시즌 정도되었을 때 시즌 1을 이틀에 몰아서 보면서 시작된 습관인 것 같습니다. 원래 한 시즌에 하루동안 일어나는 일을 담았으니 연속해서 보면 상당히 즐겁습니다. 이틀을 폐인처럼 주구장창 화면만 보고 나서 그 후로 일주일 이상을 그 드라마 속에서 살았습니다. 어디서 무엇을 하건 제 머리 위에는 24의 장면이 떠다니고, 그 장면 장면을 다시 사는 것을 무한 반복하는 동안 저는 각각의 캐릭터가 되어 매번 새로운 결정을 내립니다. 꼭 미드가 아니라 영화 한 편을 보아도 그 다음 며칠 동안은 저는 그 영화 안에서 삽니다. 누구랑 이야기를 하면서 그 장면을 연상하는게 아니라 그냥 버스에서 있을 때 같은 혼자만의 시간에 제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인 것이죠.

근데, 어느 날 미드가 아닌 영화 몇 편을 하루동안 보았습니다. 보고 났는데 그날 밤 무척 후회를 했습니다. 자려고 누운 그 시간에 처음 영화속에 있었던 장면 장면이 두 번째 영화에 의해 쓸려 내려가버린 것입니다. 영화를 보는 것 자체보다 그 후에 그 영화 속에서 사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는 일인데, 그걸 빼앗겼던 겁니다. 그 이후로 다시는 영화를 연달아 보지 않습니다. 아, 그건 사실이 아니군요. 기억하고 싶지 않고 그럴 가치가 없다고 판단된 영화를 봤을 때, 다른 영화를 보고 끝냅니다.

그저 영화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더 깊이있는 경험을 하고 싶을 때는 여백을 둡니다. 시간을 들이고 무르익기까지 기다립니다. 씨를 심으면 그 다음 날 나무가 되지 않습니다. 반찬을 할 때도 맛을 깊이있게 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들입니다. 생각할 시간을 좀 가져야 자신의 것이 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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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천문제를 풀어준다 한들 by 허실 (http://cafe.daum.net/beautifulmath/5qGG/19412)

(2) Re: 글의 핵심주제에 100% 공감합니다. 더불어 글의 일부분에 의견을 조금 보태봅니다. by 좋은꿈 (http://cafe.daum.net/beautifulmath/5qGG/19418)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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