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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공부를 할 때의 기본적인 비교 분석

제가 자꾸 수학 공부에 있어서 “선행이 악이다”라고 하는 것은, “선행” 자체가 잘못 되어서가 아닙니다. 학생 개개인의 속도에 맞추다 보면 “선행”이라고 할 것도 없고, “늦은 진도”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현실의 “선행 = 쉬운 요령 가르치기”인 문화가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가끔 학부모의 주장을 들어보면 “진도를 쭉~ 한 번 나가주면 쉽지 않느냐”라고 하지만, 공부라는 것은 백과 사전식 지식을 머리 속에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혀 현실을 무시한 발언입니다. 독서를 많이 하면 모두 똑똑해 질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독서왕이라고 박사학위를 받은 것과 동급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없는 이유는, 지식은 백과사전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쌓여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별의별 ‘공식’이란 것을 읊어대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나 선행을 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지요. 아래 학년의 내용으로는 순수하게 ‘사고력’ 혹은 ‘수학적 기술’로 극복해야 하는 문제인데, 윗 학년 내용을 알고 있으면 ‘사고력’이 없이도, 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지식’을 배우게 되니까요. 선행은 아직 걸을 줄도 모르는 아이(충분히 사고력 훈련이 안된 학생)에게 두 발 자전거(제대로 소화할 수 없는 더 많은 지식과 공식)를 주고 “걷는 것보다 자전거로 가는게 더 빠르다”라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더군다나 요즘의 대세인 ‘사고력 훈련’을 버리고 ‘어설픈 지식’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이지요.

늘 그렇듯, 부실공사를 하게 되면 언젠가는 그 부실공사가 드러나게 되어있습니다. 나중의 불행한 사고가 크게 일어나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제가 경험한 바로는 대부분 사람들은 무엇에서 잘못이 있었는지 끝까지 깨닫지 못하더군요. 아시겠지만, 잘못이 어디서 있었는지 깨닫지 못하면 바로 잡을 수도 없습니다.

어찌되었든, 학생들이 필요한 것은 많은 지식이 아니란 것은 학생들이 ‘어떻게 문제 해결에 착상을 하는지’를 들어보면 쉽게 드러납니다. 중학교 때, 많은 고난이도 수학 문제를 풀어본 고등학생 정도 되면, 기본적인 ‘비교’ 분석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이 이미 배웠던 지식(정의나 성질, 정리 등)이나 예전에 해봤던 수많은 기본적인 기술과 비교해본다거나 무엇이 다른지를 생각해볼 줄 알아야 합니다. 이게 안되면 일면 새로워보이는(새로운 유형이 아니어도 조금만 다른 각도로 정의나 성질, 정리를 이용하도록 해도, 학생들은 전혀 새로운 문제로 인식합니다.) 문제들을 풀 수 없습니다.

마지막 단계 직전까지 가놓고 그 다음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곤 하는데, 잘 살펴보면 자신들이 지금까지 아무 생각없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제로 어떤 의미인지를 잘 모르기 때문에 다른 각도로 보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더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아예 문제에 접근을 못한다고 손 놓는 경우이지요. 이것 저것 해보았는데, 안풀리는 것이 아니라 아예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 말입니다. 주어진 정보를 잘게 쪼개고, 이것 중의 일부를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이나 경험, 기술과 비교해보는, 공부의 가장 기본적인 기술을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공부하는 혹은 생각하는 방법을 모르면서, 한국 수학 과목을 공부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입니다. 물론 이것은 내버려 두면 알아서 배우는 학생도 있고, 평생 모르는 학생도 있을 겁니다. 중고등학교 때 터득하는 학생도 있을 것이고, 학부 때 알게 되는 학생도 있고, 대학원을 가서야 터득하는 학생도 있겠지요. 하지만, 요즘처럼 학부 수준의 공부는 기본이 되어버린, 교육을 중요시하는 세상에서 학생 스스로 ‘공부하는 기본 기술’을 터득하라는 것은 너무 이상한 것이 아닐까요?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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