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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각적인 이해와 단계적인 분석

서양과 동양의 문화를 대략적으로 비교했을 때, 나타나는 차이점 중 하나는 서양의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이 분석적인 성향이 강한 반면, 동양의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은 직관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성향일 뿐, 각 개인의 능력치에 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즉, 한쪽으로 선호도가 쏠린다고 그것을 능숙하게 해낸다는 얘기는 아니란 것이죠.

여하간에 이러한 선호도는 학생들이 수학 문제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하나의 특징으로 나타나더군요. 영미권의 교육을 주로 받은 학생들은 문제를 풀 때, 실질적인 예라든가 정의에 입각한 단계적인 방식으로 푸는 방법을 가장 먼저 시도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예들을 가지고 만들어낸 데이타에서 전체적인 그림만을 보도록 가지치기를 하는 것은 많이 힘들어합니다. 예컨데 오리 두 마리와 사과 두 개를 같다고 취급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지요.

반면에 한국의 교육을 주로 받은 학생들은 전체적인 구조를 직각적으로 보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직접적인 예를 가지고 데이타를 먼저 만들어 내야 하는 상황(처음 보는 유형의 문제 중 어디서 시작해야 할 지 모를 때)을 어려워합니다. 예를 한 번 들어보지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주어집니다.

A transformation problem

평행이동을 배우지 않았더라도 그래프를 읽을 줄 알고 함수의 표현 방법만 알면, 실제로 좌표를 알아내어 새로운 그래프를 대략적으로 그릴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직접 좌표를 구해서 표를 만들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일단 표를 만들어서 다시 그래프로 만들고 나면 평행이동을 했다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그런데 모든 학생이 이런 것은 아닙니다. 실제 예를 들어 보는 것을 훈련한 학생의 경우, 이것을 할 줄 압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대부분의 학생은 이러한 훈련이 잘 안되어 있다는 뜻이겠습니다.

왜일까요? 초등 혹은 중학교 시절, 학원이나 과외를 받았음에도 손으로 직접 데이타를 구해보고 넣어보는 훈련이 잘 안된 것은 대개 그런 수업에서 공식이나 유형, 혹은 이미 정리된 성질을 많이 배웠기 때문이라고 추측해봅니다. 학생들에게 공식이나 어떤 유형으로 정리하여 전달해주면 대부분 직접 노가다를 하는 것을 기피합니다. 어쩌면 굉장히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능으로, 쉽게 정답을 알 수 있는데 굳이 재미없는 계산을 하고 싶지 않지요.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이런 훈련을 쓸모없는 시간낭비로 생각합니다. 흔히 학생들은 “이렇게 풀면 괜히 시간만 오래 잡아먹잖아요. 이게 훨씬 쉬운데.”라고 불평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훈련은 말그대로 훈련입니다. 그 문제의 정답을 찾는 것이 목적이 아닌, 더 어려운 상황에 써먹기 위해 하는 훈련이죠. 운동할 때, 실전처럼 하는 훈련도 있지만 어떤 상황에서 특정 반응을 자연스럽게 하도록 지극히 일부만을 분리하여 하는 훈련도 중요합니다. 수학 공부에서도 이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더군다나 어떤 학문이든 어느 정도 이상 공부하려면 직각적으로 구조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체적인 사항을 파악하는 능력도 필수적입니다.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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