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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듣는 것은 공부가 아니다

일전에 강의의 한계에 대해 성토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글은 강의에 어떤 지식 전달의 한계가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지요. 이번에는 배우는 입장에서 왜 강의로 수학 공부를 할 수 없는지에 대해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강의라는 것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전통적으로 새로운 것을 가르치는 방법 중 한가지는 강의였습니다. 손이나 몸으로 이뤄지는 작업 외에는 대부분 강의를 통해 무언가를 가르치곤 했지요. 강의를 듣는 것은 일종의 유희이기도 합니다. 특정 주제에 대한 강연자의 열정을 볼 수 있고, 재미있는 사실들을 알게 될 수도 있고, 특히나 가장 최고의 느낌은 무언가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는 느낌이지요. 요즘 유행하는 TED 시리즈를 좋아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입니다. 1~20분을 투자해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기쁨을 누린다는 것은 책으로 얻기엔 힘들지요.

이러한 기쁨과 함께 흥미를 안겨줄 수 있는 강의가 그 자체로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저도 학생을 가르칠 때, Khan Academy의 비디오를 활용하곤 하고, 예전에는 ‘강의를 듣고 싶어하는’ 학생에게는 인강을 추천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인강을 추천한 것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많이 들게 되더군요. Khan의 비디오는 상당히 짧고 그 내용이 한국의 인강과는 달라서 조금씩 이용하면 장점을 살릴 수도 있겠지만, Khan의 비디오에 의지하는 것은 역시 좋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강의의 효과는 무엇인가? 

일단 어떤 강의든 그 자체는 ‘공부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다른 포스팅을 보셨다면 이미 들으셨겠지만, 강의를 듣고 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어디까지나 느낌일 뿐입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로 발생합니다. 이러한 느낌은 상당히 강해서, 쉽고 재미있게 와닿는 강의에 대한 열망은 전세계적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강의’를 들어서 지식을 쌓게 되는 일은 없다는 것입니다. 강의나 책을 통해 받아들인 정보를 자신의 지식체계와 연결하는 과정에서 ‘공부’는 일어납니다. 비디오에 의지하게 되면 실제로 ‘공부’하는 과정에 소흘해집니다.

한국의 사교육에서의 강의의 목적 

한국의 인강이 더 나쁜 이유는 어떻게 해야 인강이 잘 팔리느냐를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인강의 첫번째 목표는 학생들이 수학을 더 잘 알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첫번째 목표는 학생들에게 인기를 얻는 것입니다. 인기를 얻기 위한 요소는 두가지로 축약할 수 있습니다. ‘재미’와 ‘강사의 뛰어남’입니다. 재미에 대한 것은 설명을 안해도 알 것 같으니 생략하고 두번째 요소인 강사의 뛰어남에 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학생들에게 있어서 강사의 뛰어남을 평가할 수 있는 잣대는 어려운 것들을 얼마나 쉽게 만들어주느냐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문제들을 유형별로 나누고 각각에 대한 공식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학생들은 10개의 유형별 공식을 알려준 교사와 20개의 유형별 공식을 알려준 교사 사이에서 20개를 알려준 교사를 더 뛰어나다고 평가합니다. 이게 뭐가 나쁘냐구요?

아니, 유형별로 나눠주면 좋지 않느냐구요? 공식을 더 가르쳐주면 시험 때 유리하다구요? 공식과 유형을 공부하는 것은 외워서 하는 공부기 때문에 대부분의 빠릿빠릿한 학생들에겐 원리를 연구하는 것보다 훨씬 쉽게 다가옵니다. 원리를 연구하려면 ‘시도와 실패’가 많을 수 밖에 없고, 외우는 것이 빠른 학생들에겐 귀찮기 짝이 없는 과정이기 때문에 일단 유형별 공식을 알게 된 학생들은 더이상 원리를 추구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공식의 의미를 물어보면 그 원리는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의미 또는 원리없이 외운 지식은 응용이 불가능합니다. 문제 유형을 외워서 문제를 푸는 학생들의 특징은 특정 문제에서 응용되는 원리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같은 문제를 다른 모양으로 내면 새로운 유형으로 인식하고 “전혀 손도 못대겠다.”라고 말합니다. 같은 난이도의 같은 문제를 잘 풀었음에도 말이지요. 결론적으로 이런 학생은 같은 원리의 문제를 새로운 모습으로 바꿔내는 교사가 있는 학교에 가면 수학을 망하게 되는 학생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요? 강사들이 공부하는 모임에서는 그런 공식과 유형을 정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얘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이런 것을 정리해주는 것이 애들한테는 오히려 좋지 않아요. 이런 것을 보여주는 건 잘난척하는 것 외에는 쓸모가 없어요.” 상당수 강사들도 경험에 의해 이걸 이해합니다. 문제는 이런 잘난척이 학생들한테 먹히고, 더군다나 이런 잘난척을 수시로 하지 않으면 ‘못가르치는 강사’가 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부모님에게 드리는 당부 

이번에는 학부모의 입장에서 이러한 사실을 어떻게 고려해야 하는지 얘기해보겠습니다. 학원을 뺑뺑이 돌리는 학부모들이 있는데, 학원 가서 강의듣는 시간은 공부하는 시간이 아닌데 학원을 뺑뺑이 돌리면, 학생이 실제로 공부하는 시간은 없게 됩니다. 학원에 다니면서 공부를 못하는 경우 상당수 스스로 공부를 안해서 그런 학생들이 많은데, 가끔 이럴 때, 과외나 두번째 학원을 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뜩이나 공부할 시간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데, 공부하는 시간을 더욱 더 없애는 것이지요.

지난번에 다른 강사들과 얘기를 하며 이런 글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오늘 스캇영의 새로운 글을 보면서 안올릴 수가 없었습니다. 스캇영은 Khan, Coursera, edX 등을 예로 들었지만, Khan 이나 Coursera의 비디오는 한국의 인강 수준으로 학생들을 기계적으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 만약 인강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개념을 설명하고 그에 따른 예를 하나 설명하는 부분만 살짝 들으세요. 나머지는 오히려 독입니다.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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