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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생의 계산기 이용

미국을 비롯한 영어권 국가의 수학 교육과 한국의 수학 교육을 비교할 때, 자주 나오는 주제 중 하나가 수업에서의 계산기 활용입니다. 어떤 나라는 수학 시간에 계산기의 도움을 받아 ‘쓸데없는’ 계산을 할 필요가 없도록 만들고, 그렇게 해서도 충분히 수학을 잘 가르치는데, 한국은 왜 굳이 수학이 아닌 계산을 수학 시간에 해야만 하도록 만드느냐라는 것이 계산기 이용 옹호론자의 주장이지요.

어려서 손으로 만지고 귀로 듣고 눈으로 보면서 배우던 학생들은 추상적인 내용을 이제 막 접하기 시작해서 아직 추상화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이기에, 이러한 ‘쓸데없는 계산’과 ‘필수적인 개념’을 나누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기까지 추상적인 개념과 실질적인 감각을 모두 이용하여 수학이라는 과목을 배우게 됩니다.

 

기초적인 계산의 목적

 

계산기가 필요하느냐 해가 되느냐라는 토론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게 어릴 때 계산을 반복 연습시키는 초등 수학 교육 방식입니다. 계산기를 나중에 사용하게 되면 굳이 어릴 때 계산을 반복 훈련시켜서 수학을 지겨워하게 만들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라는 것이죠. 맞는 말이기도 틀린 말이기도 합니다. 계산 훈련은 계산 자체를 잘하기 위함은 아닙니다. 초등 교육이 좀 이상하게 진행되어서 정확한 계산 자체가 목적인 것처럼 목숨 걸고(?) 그런 것을 시키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고 고쳐야 한다고 보여집니다.

기초적인 계산은 나중에 추상적인 개념으로 연결시킬 때도 도움이 되기에 필요한 것이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기에 이러한 훈련의 반복을 위한 학습지는 권하지 않습니다. “그 정도로 반복을 안하면 전혀 못해요.” 계속해서 전혀 못한다면 어떻게 하는지를 모른다는 표시(다시 이해를 시켜야 하는 경우)지, 반복 훈련을 계속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리고 많은 학부모와 선생이 견디지 못하는 학생들의 실수는 학부모와 선생이 배우는 과정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지 학생이 고생해서 고쳐야 할 부분은 아닙니다.

 

계산기를 사용할 것인가 말것인가

 

그러면 계산을 정확하게 하는 훈련은 하지 않았으니, 계산기를 학생 손에 안겨줘야 하는게 아닌가?

저는 영어권 학생들을 가르칠 때, 수업 시간이나 수학 숙제시, 계산기 사용을 거의 금지시킵니다. 계산을 직접 시키는 이유는 1) 계산기 사용이 어릴 때부터 습관화되면 간단한 숫자 계산 원리도 까먹고, 2) 직접 머리로 계산하면서 숫자의 성질을 가지고 조작한 기억이 남는데 이것은 나중에 추상화 과정에서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1번의 이유로 인해, 고등학교 때까지도 계산기 사용은 필요한 경우에만 하도록 자제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2번은 그냥 계산기를 빼앗기만 한다고 해서 모든 학생들이 얻을 수 있는 결과는 아닙니다. 2번의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유도를 해야 하지요.

학교에서 계산기 사용을 허용하면서도 학생들이 계산기에 너무 의존해서 계산의 원리를 까먹지 않게 하려면 숙제 제출시와 시험 때, 학생으로 하여금 모든 과정을 보이게 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이게 가능하려면 시스템적으로 숙제와 시험을 촘촘하게 검사해야 하는데, 당장 가능한 일일지 모르겠습니다.

 

기술의 발달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그러면 계산기는 중고등 학습에 있어 지극히 제한적 경우만 제외하고는 해만 되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오히려 기술의 발달을 이용하면 재미있는 시도들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가능하려면 현재 하고 있는 수업 내용에 도구로써 ‘계산기’를 살짝 끼워넣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것이 가장 훌륭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방법을 찾고, 이것이 배움을 방해하는 곳을 알아내서 그런 경우에는 쓰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계산기라기 보다는 수학용 그래프 소프트웨어의 활용이 그런 면에서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소프트웨어의 강점은 3) 어떤 종류의 수학 모델을 학생이 소프트웨어의 도움으로 대량으로 생산해서 비교해볼 수 있다는 것과 4) 소프트웨어 사용자로 하여금 대수와 기하 사이의 관계를 점점 더 많이 활용하도록 만든다는 것입니다. 3번은 학생 스스로 수학적 성질을 관찰하게 만들 때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이고, 4번은 이미 알고 있지만 피상적인 관계만 알고 있는 수학적 사실들을 좀 더 깊이있게 연결하는데 효과있는 도구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 장점도 그것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선생이 유도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려면 교사 개인의 연구에 앞서 교재와 교과과정도 이것이 가능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수학 수업에서의 계산기의 활용은 미국 내에서도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았던 제도입니다. 또 이것의 효과라고 여겨졌던 것들-하찮은 계산을 안하게 함으로써 좀 더 중요한 개념을 받아들이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효과가 아직은 과학적으로 뒷받침되는 사안이 아니며, 아직도 실험적인 수준입니다. 실험을 하는 것은 좋지만, 한국에서 이 제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에 대한 교육계에서의 논의가 많이 이루어졌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토론

중고등학생의 계산기 이용”에 대한 3개의 생각

  1. 안녕하세요. 고등학교 수학교사입니다. 쓰여있는 글을 잘 보았습니다. 수학수업에 있어서 컴퓨터(계산기)의 활용가능성에 관련하여 연구수업을 준비중입니다. 사실 3학년 인문계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컴퓨터로 수업을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잠시 그래프를 보여주는 것정도 외에 활용할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더군요.(변명입니다.)
    그렇지만, 컴퓨터 특히 계산기가 수학수업에 도입되어야 한다고 오랬동안 생각해왔습니다. 아직도 잘 사용은 못하지만, 매쓰매티카를 수학수업에서 써보고 싶었다가 접근성문제로 포기하고, 울프럼 알파가 사용가능하면서부터 이것을 활용한 수업을 꼭 해보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계산기를 활용한 수업의 장점과 단점에 대한 논의를 찾다가 쓰신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게시자: 김종희 | 2013/06/06, 1:32 오후
    • 고3 수업에 그런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실 생각을 하시다니 어려운 작업을 하시는군요.ㅎㅎ 혹시 나중에라도 그런 수업 설계를 하시게 되면 꼭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

      게시자: mentoR | 2013/06/08, 12:11 오전

트랙백/핑백

  1. 핑백: 수학시간에 계산기 사용을 허용해야 하는가 | D-Day, 토론으로 통하는 공감! – 토론사이트 - 2014/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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