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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수학 교육 vs. 미국식 수학 교육

일반적으로 미국식이니 한국식이니 교육을 논하다 보면 한가지 가정이 깔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최고의 교육 시스템은 이미 존재한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교육 시스템을 갖고 있는 국가를 찾아서 그것을 갖다 쓰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은 좋은 교육 시스템이 아직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고, 존재하더라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한마디로 우리가 논하는 현재의 한국식 또는 미국식 수학 교육 제도 둘 다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왜 그런지 여기서 잠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미국의 중등 교육의 뿌리와 그 목적을 위한 교육

미국 교육 제도 중 대학 이전의 교육은 학자나 리더를 기르기 위한 교육이 아닌 일반 대중, 누구의 말마따나 공장에 나가 일하는 일꾼 중 하나로서 열심히 일하는 사회 구성원을 기르는 것이 처음 시작 목적입니다. 기본적인 교양 지식은 많이 쌓지만 학생 스스로 사색하고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그 목적이 아닙니다. 지금은 물론 그 모양새가 많이 달라졌지만, 근본적인 뿌리를 갈아 엎은 적이 없어 보입니다. 적어도 수학에서는 말이지요.

미국의 수학 교과서를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은 [공식 + 공식을 풀어낸 예제]로 책이 잔뜩 채워져 있습니다.

두 점 사이의 거리 공식 구하기

두 점 사이의 거리 공식 구하기

여기서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1. 공식화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외울 것으로 남는다.

어떤 것을 공식이라고 묶어두면, 아무리 그 유도 과정을 설명해주더라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 원리가 아닌 결과에만 관심을 두게 됩니다. 공부할 때부터 그 공식을 어떻게 해서 생각하게 되었는지가 아닌, 공식에서 남는 결론만 외웁니다. 즉, 수학을 배우는 근본적인 이유인 “어떤 문제와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연결해서 새로운 도구를 생각해내는” 과정은 완전히 뛰어 넘고, 써먹을지도 모를 공식만을 외우고 수학 공부를 했다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2. 푸는 방법을 정형화해둔 예제로 인해, 학생은 푸는 방식만을 외워서 문제를 푼다.

이런 종류의 교재를 갖고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학생들은 이미 교과서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이 뒤에 오는 문제는 이 예제를 그대로 적용하면 풀린다.)를 알기 때문에, 왜 그렇게 풀었는지에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다만 예제가 푼 걸 이용하면 다음 수학 문제를 ‘잘 풀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문제점은 미국 중등 교육의 목적이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력을 가진 리더를 키우는 것’이 아닌 ‘지도층의 요구에 순응하며 단순 노동을 충실하게 제공할 시민을 키우는 것’이란 사실을 생각해보면 전혀 문제점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목적에 철저하게 부합한 교육입니다.

두 나라 수학 교육의 비교

한국의 수학 교재들을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위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미국과 한국이 학생들에게 다르게 느껴지는 점a) 미국 수학 교재는 방대한 내용을 백과사전식으로 훑으려고 노력하는데 반해, b) 한국 수학 교재는 꼼수를 너무 깊이 들어가려고 합니다. b)의 이유로 인해 한국에서 수학 교육을 어느 정도 받은 학생은 미국 수학을 쉽게 느낍니다. 미국 교재의 내용이 더욱 방대함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 자체가 깊이 들어가지 않으므로 한국 수학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그것을 메우는데 크게 어려워 하지 않습니다.

교육자의 입장에서 미국과 한국 수학 교육의 더 큰 차이점c) 미국은 단계적인 분석을 강조하며, d) 미국은 공식에 대입해서 해결하는 종류의 문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데 비해 한국은 여러 개념이 통합된 문제를 많이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위의 “c) 미국은 단계적인 분석을 강조”한다는 것은 a)의 상황과도 연관되어 있는데, 적은 도구를 줌으로써 그 도구를 가지고 단계적인 분석을 강조하는 편입니다. 양국의 수학 교육을 받은 학생들에게 익숙치 않은 문제를 주면, 미국 수학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의외로 더 다양한 면에서 시도를 하게 됩니다. 이것은 강점이지만, d)에서도 언급했듯, 문제해결력을 길러주는 통합적인 문제까지 가지 않음으로써, 이것이 쓸모있는 정도까지의 훈련이 되지 않습니다.

그에 반해, b)에 언급했듯 한국은 이미 완성된 도구를 너무 많이 주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 스스로 단계적인 분석을 하는 과정이 없기에 학생 자신이 알고 있는 문제에서 벗어난다고 느끼면, 단계적 분석을 하지 못하고 풀 수 없다고 자포자기하게 됩니다. 한국에서는 d)를 잘 활용하면 분석, 통합하는 능력을 훈련하는 계기가 되겠지만, 현 교육 현실에서는 d)를 b)의 상황으로 만들어 통합적인 문제도 전형적인 문제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그 의미를 상실해버렸습니다.

일반인들의 느낌과 실제 문제점의 차이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두 나라 교육의 차이와 그 문제점은 사람들이 느끼거나 눈에 띄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이 잠재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학생들을 실제로 가르치면서 그들의 반응을 교육학적인 관점에서 비교 분석해 보지 않고 깨닫기엔 너무나 어렵습니다.

비교육인들이 느끼는 것은 e) 미국 수학 교재의 내용이나 문제는 쉽고, f) 한국에서는 어려운 문제도 빨리 풀 수 있도록 가르친다는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말씀드렸다시피 표면적인 장단점에 불과하고, 표면적인 장점이 교육학적인 관점에서의 강점은 아닙니다. 오히려 학생들을 생각이 다양하지 못한 사지선다형 인간으로 기르는 현 한국 교육의 문제점입니다.

어떤 분께서 미국 교육의 약점으로 “한국 같으면 10분에 풀 문제를 한 시간동안 수업 시간에 푼다”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수학 교육자로서 한국에서 가장 흔하게, 그리고 가장 강하게 부딪히는 문제점이 바로 이러한 “빨리 푸는 것 = 수학 실력이 있는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한국인들에게는 한 시간 이상을 소비해야 할 문제도 10분 내로 풀어야 제대로 배운 것이라는 생각이 너무 강해서, 실제로 그런 문제를 한 시간 이상 소비하도록 만드는 선생들은 교육 시장에서 사라지고, 학생은 풀지 않고 관람으로 그친 채, 그 결과만 외우게 만드는 선생들만으로 교육 시장은 채워지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유학생들이 현지에서 도움받는 한인교육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방학 때, 들어오는 학생들 중 현지 한인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한국에서 보는 문제점을 똑같이 보입니다. 이런 학생들에게 문제를 주고 풀라고 하면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채로 문제를 풉니다. 아마도 학부모님들은 자녀들이 자신의 문제 풀이에 대한 자각이 없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겁니다. 설명해보라고 하면 수박 겉핥기식 설명은 잘하니까요. 그러나 그 이면의 원리에 대한 질문공세를 하면 여기에 제대로 된 답변을 하는 학생은 거의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수학 교육은 개념 통합적인 문제를 활용하는 장점이 그 문제를 가르치는 방식의 오류로 인해 오히려 미국의 수학 교육 문제점(원리를 이용할 필요 없이 공식을 대입해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문제점)을 몇 배는 더 부풀린 셈이 되어버렸습니다.

토론

한국식 수학 교육 vs. 미국식 수학 교육”에 대한 7개의 생각

  1. 초등까지는응용문제서술식문제가나오는데중학만가면공식말그대로어디서어떻게쓰일지상상하게하건일상생활에서쓰이는건진도대체탐구하는것도없이오직수만가르칩니다도대체왜그렇게만든건지옷은만들어놓지않고천만주며사람에게입으라강요하는어이없는상황

    게시자: 신현진 | 2013/08/02, 10:52 오후
    • 한국학생들은바보가아닙니다중학교부터국제중이런데아니라도서술형응용형문제가나와야합니다교육의평등화를위해서라도중학삼년고등삼년제대로수학교육만되어도

      게시자: 신현진 | 2013/08/02, 10:55 오후
      • 융합이대세라는데그건융합이아니라원래배움은그렇게해야하는거같아요마치한국교육의일부는대학전까지누군가일부러한국학생들을우민화시키는거같아요

        게시자: 신현진 | 2013/08/02, 10:56 오후
  2. 왜그렇게되었는지일제시대시작된근대교육문제가많다고보아요대안그냥찾기힘들면유럽이나그런곳의수학교육도잘보아야한다고생각해요어린이집유치원에서도일이삼사뿐아니라수학적사고를할수있는교육을필수적으로시켜야

    게시자: 신현진 | 2013/08/02, 10:59 오후
  3. 모든 교육에 있어서 왜는 굉장히 중요하죠. 그런데 그런 왜가 사라지고 왜를 외치는 사람은 조금은 남에게 피해 입히는것 같고 조금은 이상해 보이는 사람이 되죠. 그래서 수학을 왜 배우는 거예요? 물어보면 대부분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 이고 그것에 대해서 또 왜를 외치면 결국은 수학의 본질은 사라지고 그저 현실적인 이유만이 남을 뿐이죠. 본질에 대해 모르고 공부하는 수학 그리고 다른 공부들은 결국 허똑똑이만을 만들고 세상에 대해서 편협한 시각만을 갖게 만들죠.

    게시자: Euhwdks | 2014/06/21, 6:47 오후
  4. 수학전쟁(Math Wars)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미국 수학교육의 역사를 수학자들과 수학교육학자들의 대립이라는 관점에서 요약하고 있더군요. 미네소타대 수학과 교수가 쓴 책인데,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한국도 마침 스토리텔링 수학이 도입된 시점이어서요.

    게시자: 눈사람 | 2014/08/21, 2:1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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