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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공부에 대한 오해] 3. 많은 문제를 풀면 실력이 는다?

이 글은 [수학 공부에 대한 오해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 학생들이 가장 신경쓰는 것 중 하나가 얼마나 어려운 문제를 어느 정도나 많이 푸는가일 것입니다. 개념 교재의 문제를 풀고, 요즘 유행인 문제를 유형별로 나눈 문제집을 풀고, 더 심화된 교재를 사서 풀지요. 그래도 수학 실력이 늘지 않으면 제대로 안풀어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오답노트”를 만들어서 틀린 문제를 맞을 때까지 풀어봅니다.

이런 공부 방법이 도움되는 학생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요?

핵심은 문제를 얼마나 많이 풀었느냐도 아니고, 어떻게 풀었느냐에 있습니다. 학생들 중 틀린 문제를 해설을 보고 공부한 후, 며칠 뒤 다시 풀리면 바로 풀어내는 경우가 있는데, 문제와 풀이, 또는 답까지 기억해내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문제와 풀이를 기억해서 문제를 풀어내는 것은 수학 실력 향상에 아무 도움이 안됩니다.

인간의 두뇌는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처럼 정보를 개별로 축적해놓지 않습니다. 정보란 다른 지식과 연계되어야 의미를 갖게 되고, 의미가 있어야 쓸모있는 지식이 됩니다. 즉, 처음 어떤 개념을 접해서 교재의 설명을 읽고 공부하는 것부터 문제를 푸는 것까지 모두 이 목표를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문제를 풀어서 맞추면 개념이 잡힌 상태로 여기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문제들을 일종의 디버깅(오류를 찾아내는 과정) 도구로 보아야 합니다. 교재의 설명을 읽고 어느 정도 자신만의 모델을 만들고, 자신이 갖고 있던 기존의 지식들과 연결고리를 충분히 만들고 나면, 이제 그렇게 세운 모델과 연결고리로 만든 구조물에 오류는 없었는지, 혹은 빼먹은 부분은 없는지를 살피는 단계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문제를 연구하는(단순히 답맞추는 ‘푼다’의 반대) 단계입니다.

상당수의 학생들은 답 맞추는 재미에 문제를 풀다보니, 단번에 자신있게 풀 수 있는 문제집을 선호하고, 답이 잘 안맞으면 재미없어합니다. 신기하게도 그런 재미에 문제를 푸는 학생들은 꽤 많은 문제를 소화해내는 것을 선호합니다. 공부한 느낌에 뿌듯해지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이렇게 문제를 활용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입니다. 그 많은 문제들이 그 학생이 머릿속에 만든 수학 구조물을 발전시키는데 별 도움이 안되었으니까요.

수학 공부를 함에 있어서 수학 문제의 존재 목적은 학생으로 하여금 물음표를 떠올리게 만드는 것입니다. ‘어? 이게 무슨 뜻이지?’, ‘어라? 이런 식으로 표현해볼 수도 있는 거네?’, ‘응? 이게 아니었어?’, ‘음, 내가 지금 알고 있는 정도로는 더 큰 의미가 파악이 안되는구나. 이 성질의 의미를 알아봐야겠네.’, ‘이게 더 나아가면 어떤 모습으로 바뀔까?’ 등등, 스스로 했던 공부와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들이 놓쳤던 부분을 집어주고, 지적해주는 것이 수학 문제의 존재 이유입니다. 즉, 단순히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이용해서 자신이 가진 수학적 모델, 혹은 지식을 재조명해보는 시간입니다. 예컨데, 문제를 어떻게든 풀어서 맞췄으면, “아싸!”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 풀이를 일반화시키는 시도를 해보는 것입니다. 문제에 따라 일반화시킬 수 있는 풀이는 가장 간단한 풀이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풀이를 찾기 위해 더 시간을 투자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학생들은 한 문제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에 대해 ‘쓸데없는 시간 투자’로 치부하는데, 이러한 생각의 오류는 다음 그림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투자한 시간별 문제 해결 가능성

투자한 시간별 문제 해결 가능성

문제를 매번 새로운 유형처럼 푸느냐, 아니면 처음 어떤 문제를 대했을 때, 그 문제가 제시한 조건들의 작동원리를 파헤쳐서 그 유형 뿐만 아니라 그 원리를 사용하는 문제를 다시 다룰 필요가 없도록 만드느냐의 차이인데, 원리를 파헤치느라 보내는 시간을 ‘쓸데없는 투자’로 본다면 그 학생은 비슷한(물론 이 학생에겐 새로운 유형으로 보임) 유형의 문제 100개를 풀어서 원리를 아는 학생을 쫓아가야 하는 것이죠. 근데 누가 더 비효율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어 보입니까?

문제를 통해 자신의 지식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또 다른 대표적인 예는 직관적인 의미 파악입니다. 거의 모든 중고등 수학 내용은 직관적인 해석이 가능합니다. 아직 그만큼 추상적이지 않아서 그것이 학생들이 충분히 도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식으로 배운 내용을 직관적으로 해석해내려면 시간을 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위의 일반화와 마찬가지로 직관적으로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 경우 공부의 효율이 굉장히 높아지게 되는데, 그 이유는 직관적인 해석 자체가 기존의 지식과 연결고리를 많이 만들어내는데다 대부분의 직관적인 의미는 그림이나 그래프와 연결되는데, 이것은 문자로 나열된 식보다 훨씬 강력한 상을 머릿속에 남기기 때문입니다.

네, 인지하셨겠지만, 이런 방식으로 공부를 하게 되면 한 문제에 투자하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지요. 저는 한 문제에 꽂히면 하루 종일 그 문제를 가지고 많은 작업을 합니다. 하지만 대신 적은 문제를 풀어도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연구한 문제는 다른 유형의 문제를 공부하는데도 도움을 줍니다. 또 한가지 이득을 덧붙이자면, 이렇게 공부하는 방식은 대학을 들어가도 역시나 응용되는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결론

풀어본 문제 수와 답을 맞춘 문제 수에 너무 집착하지 마세요. 수학 문제는 스스로에게 던질 질문을 제조하는 걸 도와주는 도구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풀거나 답을 맞춘 문제 수가 아니라 자신에게 던진 질문들의 풍부함과 촘촘함입니다.

토론

[수학 공부에 대한 오해] 3. 많은 문제를 풀면 실력이 는다?”에 대한 7개의 생각

  1. 이 글을 출처를 밝히고 저희 사이트에 올리고 싶습니다. 가능한지요? 만약 문제가 된다면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게시자: 김영제 | 2013/04/29, 4:28 오후
    • 좋은 글 감사히 봤습니다. 제가 수학에 고민이 많은 학생인데요,
      글을 읽고 어떻게 수학공부를 해야될지 알것같지만 여전히 미궁속입니다. ^^;
      한 문제를 가지고 어떻게 분석하고 공부해야 되는건지 더 구체적으로
      글 써주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글 내용이 아주 소중하지만
      추상적이어서 그런지 저같은 학생에겐 막상 잘 와닿지가 않습니다..

      게시자: 학생 | 2013/08/14, 10:56 오후
      • 이 글에서 쓴 내용은 공부하면서 하는 일련의 행위들을 관찰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 행위를 하는 사람들에게조차 이질적이거나 추상적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겁니다. 더군다나 이러한 공부 방식으로 공부해보지 않은 경우에는,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막상 실천해보려고 하면 잘 안될 수 있습니다. 워낙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행동들을 단계별로 쪼개서 하는 이야기이고, 이건 거의 절차지식이다보니 말로 설명해서 훈련하기가 어렵습니다. 수영을 배울 때, 아무리 말로 잘 설명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실전에서 훈련하는 것을 대신할 수 없듯이 말입니다.

        저도 몇 가지 예시를 써볼까 하긴 했었는데, 읽는 입장에서는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학생들을 가르쳐보면 느끼는 거지만, 사람들마다 생각이 뻗어나가는 길이 같지 않다보니, 타인의 생각을 따라 가면서 본 것들이 인위적이거나 비약적이란 느낌이 들고 스스로 어떻게 써야하는가에는 정작 도움이 안될 수 있습니다.

        그래도 한 번 고민을 해보겠습니다. 학생들이 생각하는 과정을 보면서 예시로 쓸만한 경우가 없는지 살펴보도록 하지요.^^

        게시자: mentoR | 2013/08/16, 12:57 오후
  2. 방금 익명으로 댓글남겼는데 로그인하고 글 남깁니다^^
    수학문제는 debug라는 표현 정말 멋지네요.
    저는 수학은 잘 모릅니다면 학습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요, 멘토님께서 학습에 대해 많은 공부와 고민을 하셨다는게 느껴지네요.
    혹시나 추천하는 교재나 사이트, 영향받은 교재가 있으신가요?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게시자: choi Luciano | 2015/03/13, 2:18 오후
  3. 직관적인 이라는 단어는 애매하지않나요?
    추상적이랄까..

    죄송하지만 솔직히말해서
    수학에대한 직관적인 능력이라는 말이 이해가 되지않습니다.

    어 다른 블로그 글들에 대해서는 전부다 공감을 해왔지만
    직관적인 능력을 기른다는건 이해가 안되네요 (부정한다는게아니라 진짜로 unterstand 가 안됨 )

    예전 고등학교때 선생님도 강조하던 능력인데…

    어떻게 기를것인가..에 대해서가 좀 애매하네요

    체계적으로 분석하면서 수학을 공부하면
    원리를 이해한다면 ..

    그게 직관적능력으로 수렴하는건가요?

    게시자: 익명 | 2015/12/19, 1:58 오전
  4. 멘토님의 글을 보고 정말 속이 시원해지는 것 같아요 ^^
    저는 평소에 공부법에 관심이 많았던 학생입니다.
    아 참! 멘토님께서 워드프레스를 구동하신 다는 점과, 이글에 사용된 표현들이
    되게 인상적입니다.
    저는 컴퓨터 공학자가 꿈이거든요 ㅎㅎ

    게시자: 김건희 | 2016/02/13, 7:17 오후
  5. 정말 도움이 많이 되는 글이군요
    저도 주변에서 공부하는 방법을 몰라 헤매는 친구들을 많이 봐와서 그런지
    공감이 많이 됩니다.
    앞으로도 이런글 많이 올려주세요^-^

    게시자: 김민 | 2016/06/01, 8:4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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